조이 SF에 올린 쌍둥이 글입니다. [H]


따지고 보면 우주는 그렇게 적대적인 환경은 아닙니다. 우주 공간에 나간다고 바로 타 버리거나, 찢어져 버리거나, 얼어붙어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살기 좋은 환경도 아니긴 합니다. 그러므로 우주선은 이런 환경에서 탑승자들이나 기계장치를 보호할 보호막이나 보호벽이 필요합니다.

우선 고속으로 날아오는 입자, 작은 돌덩이, 빛 따위를 막아내야 합니다. 자기장을 둘러 고속으로 날아오는 대전된 입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구의 오로라처럼 특정 지점에 대전된 입자가 내리꽂히긴 하겠지만, 그 수가 적어질 뿐만 아니라 그 부분만 더 보강하면 되거든요. 다만 우주선 규모가 그리 (행성급으로) 크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고속으로 날아오는 대전 입자 혹은 중성 입자는 그렇게 효과적으로 막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냥 보호벽으로 막아야 합니다.

빛을 잘 반사시키는 소재를 사용하고, 또 흡수된 열에너지로 인한 '충격'을 분산하고 배출하는 능력을 높여 빛으로 인한 손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여러 입자들을 막아야 하는데, 그건 별 수 없이 해당 입자를 막는 데에 탁월한 소재를 써서 외벽을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장을 막기 위해서는 초전도체로 자기장을 막을 수 있고, 도체로는 전기장을 막을 수 있고, 중력/반중력 생성 장치(발명된다면요)로 중력장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군사적 대립 없는 일반적인 항행에서 돌덩이 같은 게 가장 무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주선은 절대 느리지 않으니까 이 위협적인 물체를 감지하더라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위험 지대를 안 가는 거고, 굳이 가야겠다면 천천히 가야합니다. 그 외에 비교적 안전한 지대라도 충돌 시에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외벽을 두껍게, 그리고 기능성 있게 만들어야합니다. 그 예로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는 2겹의 외벽을 만들어서 소형 파편이 첫 번째 벽에 부딪쳐서 산산조각나며 비산되고, 두 번째 벽에 다다랐을 때는 각각 파편의 질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운동에너지가 부족해서 큰 파괴력을 갖지 못합니다. 이런 식으로 기능이 좋은 장갑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크키가 좀 되어서 잘 보인다 싶으면 강력한 레이저로 증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파편은 그냥 보고 피하는 수밖에요. (먼지처럼 너무 작은 입자는 꼭 장갑처럼 두르지 않더라도 벤처 스타처럼 얇은 금속박 같은걸 전면에 배치해서 막을 수도 있습니다.)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는 좀 힘듭니다. 사실 군사 무기가 우주선 부수려고 만드는 거라서 그걸 너무 잘 막아낸다는게 모순이긴 합니다. 아니면 적이 흠집이 안 날 정도로 잘 막아낼 수 있는 상황에서 막 쏘는 것도 이상하긴 하죠. 그래도 굳이 막겠다면 우주선 부수려고 만든 무기 부수는 무기를 쓰면 됩니다. 쉽게 말해서 요격입니다. 총탄처럼 작고 빠른 거라면 충분히 튼튼한 장갑으로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총탄 형태가 장갑 뚫기에 특화되어 있긴 합니다만... 강력한 장갑을 두를 수 있는 전함이라면 총탄 막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소형정 쯤 되면 그냥 터져나갈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맞으면 많이 아플테니 방어용 레이저를 많이 다는 게 좋겠어요.

포탄/미사일 쯤 되면, 그 속도에 따라 다릅니다. 총탄 급으로 빠르면 골치아플 겁니다. 맞아서 뚫리면 그 안에 들어간 녀석이 뭘 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거리를 좀 벌려주는 게 좋습니다. 회피할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요. 질량 투사 병기의 태생적 단점은 광속을 넘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무거울수록 광속에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것! 또, 채프 같은 교란 물질을 뿌리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커다란 우주선에 왠 채프? 할 수 있지만, 미사일이 느릿느릿하게 오진 않을테니까 미사일이 이 물질에 가서 부딪치면 역으로 총알에 맞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뿌리는 물질이 총탄과 비슷한 형상일수록 파괴력이 세질테니, 적절하게 성형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세계관에 따라서 정 못 피하겠으면 어딘가로 점프해서 탄막을 피할 수도 있어요. 가까울수록 더 많은 종류의, 더 강한 화력의 무기에 더욱 정확하게 노출되게 되니, 우주전에서 근접전을 한다는 건 일단 근접했는데 들켜버렸거나, 안 맞을 자신이 있거나, 부서져도 괜찮다(드론이라던가...)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방도 그만큼 근접전에 취약하니까, 드론 처럼 터져도 덜 아까운 걸로 근접전을 시도할 수는 있습니다. 작아서 감지하기도 좀 더 어려울테고, 회피기동하는데 부담도 적으니까요.]

이제 레이저 무기가 되면 어떨지 생각해봅시다. 레이저를 비롯한 전자기파 무기는 장갑의 반사율을 높이는 걸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반사율이 100%는 아니고 레이저 출력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높일 수 있으니까 시간을 벌어줄지언정 "반사" 하고 씹을 수는 없습니다. 미사일 같은 가벼운 거라면 레이저 요격이 들어왔을 때 기능성 페인트를 바르고 뱅글뱅글 돌아서 오래 버틸지 모르겠지만 우주선이 레이저 온다고 갑자기 뱅글뱅글 돌면 좀 웃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나의 전함을 웃음거리로 만드느니, 나노 회복 소재 같은 복잡한 걸 넣어서 손상되는대로 그 손상을 메꾸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즉 어느 정도 데미지를 감수해야 하고, 그 데미지를 빠르게 분산시키고 손상을 수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레이저 공격이 오면 장갑이 완전히 뚫리기 전에 빛의 상쇄 간섭을 이용해 상쇄시키던지(물론 자기 우주선에 레이저를 대야 하니까 잘못하면 두 배로 당할지도 모릅니다. 공격자측에서 지능적으로 파장을 주춤 하면 보강 간섭으로 돌변하니까요.), 상대의 레이저 포대를 쏴서 무력화시키던지(적이 레이저를 쐈다는 건 적의 레이저도 우리 레이저 사거리에 있다는 뜻!), 공기중에 입자를 끊임없이 뿌려서 산란시키던지 해서 가능한 한 약하게 만드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thanks to 표도기]

플라스마 무기를 봅시다. 플라스마 무기는 이온화된 플라스마를 빠른 속도로 가속하는 건데, 그 온도가 몇억도가 될 정도로 가열시킬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온화된 플라스마가 잘 흩어지고, 잠깐 맞으면 의외로 그렇게 뜨겁진 않고(열용량이 작아서요), 또 대전된 거라서 이것도 자기장으로 해결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장을 잘 이용하면 괜찮아 하고 튕겨낼 수 있을 겁니다. 오래 맞고 있으면 결국 장갑도 증발해버릴테니까(열용량은 작아도 계속 맞으면 결국 몇억도 앞에 버틸 물질은 없으니까요) 우주 공간에 뭘 뿌리거나 (물->수증기까지 열을 잘 먹는 얼음 가루도 괜찮을지도?) 앞서 말한 자기장으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성자빔은 어떨까 생각해봤는데요 이게 막기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성자면 토카막 안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열원이기도 하고, 자기장 따위 씹고 가고 조그마해서 철판으로 막아도 숭숭 지나가면서도, 어느 정도 흡수되는 양은 신체에 치명적일 수 있거든요. 또 중성자에 오래 맞으면 물체의 물성도 변해서 약해지기 일쑵니다. 중수나 붕소를 써서 흡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 우주선 외벽이 상당히, 상당히 두꺼워지겠군요.
결론적으로 모든 공격에 대비하려면 엄청 두꺼운 벽이 필요하겠군요. 취약점을 골라서 때리면 되는 공격은 쉽지만, 취약점을 숨겨야 하는 방어는 쉬운 일이 아니군요. 역시 우주전에서의 요점 안 얻어맏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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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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